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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차공간 줄이자'는 일부 여론, 어떻게 볼까

작성일 : 2023.05.25 10:23 수정일 : 2023.05.25 10:55

임흥빈 회장 / 전남장애인신문 발행인

 

어느 저녁의 귀가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오밤중 귀가로 인해 현관앞 주차는 언감생심이었다. 테니스장을 개조한 언덕배기 주차장은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보태면, 늘 여분의 공간이 기다리는지라 지나치려는 찰라 구석진 곳의 주차면이 비어 있었다.

 
 

 

왠 횡재냐며 후진을 거쳐 주차하고 보니 (지면에)휠체어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장애인 주차공간이다. 오늘중으로 그려진 듯 페인트 색이 선명하다. 반갑기도 하고, 늦은 시간까지 지나쳐 준 이웃들이 고마웠다.

 

한집에 승용차가 2~3여도 이상할게 없는 요즘이다 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한 도시지역에선 주차 분쟁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발생한 많은 강력 사건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넘치는 차량에 비해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빚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장애인·전기차 전용공간에 일반 자동차가 주차되면서 일어나는 갈등도 적지 않다. 평소 이용자가 적은 체육 시설이나 공동주택 주차장의 장애인 전용구역을 줄여 주차난을 해소하자는 국민청원 등 여론도 있다.

 

획일적인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융통성 있게 해서 자동차가 많은 지역의 주차난에 숨통이 트이게 하자는 주장이다.

 

장애인을 적극 배려하는 전용 주차 면을 더 배정해야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장애인 주차장을 기계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재고하고 의무 비율도 유동적으로 하자는 주장은 타당한가.

 

승용차 급증, 심각해지는 주차난을 장애인 주차면을 신축성있게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대도시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주차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라고 한다. 이웃 간 주차 갈등으로 폭행과 고소도 늘어나는 게 통계로 확인된다.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10년 새 10배로 늘었다는 집계도 있다. 국내 차량은 가구당 1대를 넘어 1.16대에 달한다.

 

도시에서는 1가구 2차량 시대에 접어드는데 주차장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전국 주차장에서 103795, 하루평균 56건꼴로 강력 범죄가 발생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 아파트 단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빌라, 원룸, 단독주택 쪽으로 가면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법 규정 때문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은 빠짐없이 있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체육 시설이나 아파트에도 장애인 주차구역이 의무적으로 있으나 비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줄여 일반 주차 대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주차장법 시행령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획 설치 규정이 있다. 주차 대수의 2~4% 범위에서 수요를 감안해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정하는 비율 이상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주차 대수 규모가 50대 이상이면 주차 대수의 3% 이상을 장애인 전용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전용공간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주민이 적은 아파트나 장애인이 잘 이용하지 않는 스포츠 시설, 골프장, 스키장 등에서는 특히나 사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가변으로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내 자동차 총 등록 대수는 24911000대로, 1년 새 약 55만 대 늘었다. 인구 2.07명당 자동차 1대꼴이다. 2010(17941356)과 비교하면 무려 700만 대나 증가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자체 투표로 127면인 장애인 주차구역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신축성 있게 제도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장애인 주차면을 융통성있게 운용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주장은 한마디로 정리된다. “장애인 배려는 선진사회의 조건으로, IT로 위반주차 더 단속해야 한다.” 나가가,

 

장애인 주차구역은 주차장 전체를 장애인 전용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 주차장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에 우선 배려하는 것이다. 당장은 비어 있더라도 장애인이 해당 시설을 이용할 경우 언제든지 수월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준비해놓는 성격이 강하다.

 

비어 있다고 늘 비어 있는 채로 방치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를 맞기 위한 준비 상태라고 해야 정상이다. 차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주차장이 부족한 것은 모두 실감하지만, 장애인 차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 면허 소지자는 2021년 기준 163422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33729806명의 0.48%지만 이 비율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장애인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도 적지 않다. 보통 일반인도 얼마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장애인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모든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최소한의 제도다.

 

통상 비어 있다고 일반인과 함께 이용하도록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미 주차된 일반 차량을 빼달라고 연락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이나 제때 응답이 없을 경우 장애인들이 겪게 될 애로를 생각해보라. 주차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풀어나가야 한다.

 

도심에 주차타워 등 주차 전용 시설을 더 많이 건설하는 게 정공법이다.

 

오히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의 불법 주차를 더 강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 병원 주민센터 등 공공성이 있어 장애인의 방문이 더 잦은 장소에는 적정 장애인 전용 주차장 확보와 함께 감시카메라 설치 등으로 일반인 주차를 막아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하고 사회적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이다. 많은 선진국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나 하나쯤은이라거나 잠깐 주차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떨치고 장애인과 함께 간다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급증하는 '장애인 구역 위반'의 양면성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애·비장애 구별이 의미 없도록해야 정상일 것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의 위반 건수를 보면 201515만 건에서 201960만 건으로 늘었다. 5년간 걷힌 주차 위반 과태료만 1480억원에 달했다. 이 통계에서 딜레마 같은 문제의 양면성이 보인다. 무엇보다 주차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과태료에도 불구하고 우선 급하다 보니 장애인 지정석에 주차하는 것이다. 다만 중복 위반자 건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통계는 과태료 정도의 규제론 장애인 주차구역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진화하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장애인석의 위반자에게 안내 방송 등으로 규정 위반 주차를 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애인에 대해 전용 공간으로 우대하되 경증 장애인은 스스로 우대 등록을 사양하면서 동등한 사회적 대우를 자청하는 것도 선진사회로 가는 교양 아닐까. 다시 정리하자면, 궁극적으로,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장애 비장애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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